최근 은행권 채용 비리 사태로 인해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과연 상반기 은행권 추가 채용이 있을까 싶던 상황에 예상을 깨고 우리은행의 채용공고가 났습니다. 200명을 채용한다고 하니 사정이 어찌 되었건 간에 취준생들 입장에서는 가뭄의 단비처럼 느껴질 겁니다.

채용 공고를 보면서 나름 들었던 생각을 다음과 같이 정리해보았습니다. 제가 바라보는 이번 채용의 핵심 키워드를 들라고 하면 단연 “객관”과 “역량”입니다.

1. 채용비리 사태의 흔적 : 청탁 등 부정행위로 인해 합격된 사실이 확인될 경우 합격 및 채용이 취소된다는 문구를 포함하여 합격 취소에 대한 다양한 내용(기재사항 오류, 증빙서류 미제출 등)들이 붉은 색 글씨로 적혀있어 보는 이를 압도하고 있습니다. 워낙 문제가 컸던 사안이니 그만큼 신경 쓰는 부분이고 지원자들도 주의하라는 경고겠네요.

2. 역주행 블라인드 채용 : 현 정부 들어서 학벌 중심의 사회를 개혁하고 좀 더 공정한 기회를 확대하고자 블라인드 채용을 대대적으로 도입했습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내용 중의 하나가 바로 학교 입력난 삭제인데요...우리은행의 경우 동시에 채용을 진행하는 기업은행과 반대의 포지션을 취했네요. 학교, 전공, 학점, 사진 등...블라인드 채용에서는 제출하지 말라는 것들인데 아마 객관성을 높이면서 역량 중심으로 채용하려다 보니 이렇게 된 것 같습니다.

3. 토익과 자격증 : 사실 좀 의아했습니다. 최근 몇 년 동안 토익과 자격증은 은행 채용에서 거의 사라졌었거든요. 딱히 신입행원으로서의 역량도 아니고 그렇다고 토익성적이나 자격증이 입행 이후 성과 창출에 이바지하는 요소도 아니고요...채용 관련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드라이브에 대하여 “객관”과 “역량”이라는 명분으로 나름의 반발인가 싶기도 합니다. 무엇이 되었든 뒷걸음질 친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네요.

4. 채용 분야 : 일반, 지역인재, IT, 디지털, 리스크/자금운용 등으로 세분하여 채용을 진행하네요. 작년도 신한은행으로부터 시작된 이러한 직무별 채용은 앞으로 점점 더 확산될 예정입니다. 지원하는 직무에 대한 학습과 이해가 있어야만 자소서와 면접 단계에서 우위에 점할 수 있을 겁니다.

5. 자소서 : 어렵지도, 그렇다고 쉽지도 않은 전형적인 역량 중심의 자소서 문항입니다. 평소 은행과 직무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역량에 대한 나름의 견해를 갖추고 있으면 어렵지 않게 작성할 수 있을 듯 합니다. 하지만 평소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게 익숙하지 않거나 역량에 대한 개념이 약할 경우 헤맬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너무 고민하지 마시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수영을 해 본 적이 없는데 물만 쳐다보고 있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거든요.

6. 필기 : 날짜만 4월 28일에 친다고 하고서는 구체적인 내용이 채용공고에는 나와 있지 않습니다. 언론 보도를 보면 객관식 형태로 금융지식과 일반상식을 본다고 하네요. 외부 아웃소싱을 하였고 객관식으로 시험을 친다고 하였으니 “객관”은 어느 정도 확보된 것이고 추가적으로 “역량‘을 확보해야 하는 문제가 남겠네요. 이런 경우 난이도가 있는 어려운 문제를 중심으로 출제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변별력이 없을 경우 자칫 동점자가 속출할 수도 있고 또한 수험생들의 불만이 높아져 곤란해질 상황에 놓일 수 있거든요. 제가 담당자라면 이런저런 잡음을 없애기 위해 어렵게 낼 것 같습니다.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경제와 금융, 사회와 시사 문제에 대해 조금은 깊이있게 내용을 파악해두세요. 금융과 시사 문제의 경우 취준생 입장에서는 어디를 지원하든 꼭 필요한 내용이니 자소서 제출이 끝나면 합격자 발표를 기다리지 말고 바로 공부를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뭐라도 빨리 움직여야 하나라도 건질 수 있습니다.